공교롭게도 직전 레터에서 소개한 가상 세계 신분증 테스트 앱과 이름이 같다. 또 다른 나를 찾는다는 의도는 비슷하지만, 이 앱은 좀 더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충동이 있는 곳에 자아가 있게 하라'라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말에서 시작해 '인간 실격', '데미안', '산월기' 등 인간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인용한다. 게임 속에는 규범을 중시하는 벽(초자아), 본능을 중시하는 캐릭터 에스(원초아)가 등장하고 플레이어인 나(자아)는 그 중간에서 방향을 선택하는 역할이다. 룰은 간단하다. 벽에서 나오는 말풍선을 모아서 퀘스트(ex/책장 넘기기, 자아 테스트하기)를 하나씩 깨는 방치형(자고 일어나면 포인트 쌓여있는) 스토리 게임. 게임 속 캐릭터 에스가 툭툭 던지는 말이 머리를 띵하게 한다.

국민동요 프로젝트 아기싱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2016년 엠넷에서 진행했던 위키드 공연들을 다시 보고 있다. 당시 오연준 어린이가 포카혼타스 ost인 바람의 빛깔을 불렀는데, 감동적인 가사와 천사 같은 목소리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천상의 목소리라는 건 정말 이럴 때 쓰는 걸까.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장기하의 무대를 봤다. 노래를 만들고서 들어보니 뭔가 붕 뜨는 느낌이 있었는데, 우연히 전곡에 베이스가 다 빠져있었다는 것. 그래서 이번 앨범의 제목이 공중부양이다. 무대에서는 그에 맞게 대롱대롱 매달려 노래하는 ☁️공중부양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무대도 무대고 노래 하나하나가 다 실험적이라 낯설었다. 하지만 '그래 이건 장기하지'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밴드를 해체라고 솔로로 나오기까지 자신만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테다. 결국 오래 살아남고 사랑받는 것은 '나만의 것'이다. 장기하만의 색이 담긴 노래가 발표돼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