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팟 뿐만이 아니에요. 콘텐츠 모더레이터 업무는 보통 하청업체를 통해 진행되는데요. 큰 기업의 경우 자체 전담팀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외주업체를 이용하거나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화면에 뜨는 이미지를 보고 음란물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데이터 라벨링 아르바이트를 한 다른 노동자는, 다양한 수위의 이미지를 계속 분류하는 과정에서 음란물에 대한 정의와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험을 겪었다고 해요. 이외에도 업무가 끝난 이후에도 자신이 시청해야만 했던 마약 매매, 성적 이미지 등이 떠올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은 노동자도 있고요.

더 빠르고, 더 좋은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경쟁 속 뒷전이 된 노동자들.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이 영역을 가시화하는 일이에요.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이 필수노동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어요. 책 <Behind the Screen>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요. 

기술이 분명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든 건 맞아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있단 걸 알고 이용하느냐와 모르고 이용하냐는 다른 문제죠.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산업을 강조하고, 사람들은 디지털이 가진 측면에 환상을 갖게 된다”라며 “(노동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우리와 무관하다고 느끼며 살아오게 되는데, 불편하더라도 이런 것들을 자꾸 드러냄으로써 균형을 잡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했어요. 관련 연구나 사회적 논의가 요구된다는 거죠.

님은 2022년의 키워드가 가치소비였던 게 기억나나요? 하이트진로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자, 한 번에 먹을 만큼만 즐길 수 있는 소용량‧소포장 제품을 제작했어요. 기존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규격 용량의 제품만을 출시하던 것과는 다른 선택이었죠.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대중의 윤리적인 소비가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건데요.